소송
사기 범인 못 잡아도 대포통장 명의인에게 피해금 손해배상 청구
2026-10-13
“사기범은 못 잡는다는데, 제 돈은요?”
사기에 쓰인 통장의 주인에게 피해금 배상을 청구한 사건
안녕하세요, 권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입니다.
보이스피싱이나 온라인 송금 사기에서 돈이 들어간 계좌는 대부분 사기범 본인이 아니라 제3자 이름의 통장입니다. 이른바 ‘대포통장’입니다. 사기 조직은 잘 잡히지 않아서, 피해를 되찾으려면 통장을 넘긴 명의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대출을 받으려고 통장을 넘긴 명의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쟁점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판결이 나오기 전 소송 서면을 바탕으로 한 사례 해설이며, 소송 결과를 알리는 글이 아닙니다.
피해자 A씨는 사기범에게 속아 안내받은 은행 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계좌의 주인은 사기범이 아니라 30대 프리랜서 B씨였습니다.
B씨는 정상적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득 서류를 만들어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이른바 ‘작업대출’ 업자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증, 계좌번호, 접근매체 일체(통장·비밀번호·인증수단 등)를 넘겨주었습니다. 소송에서 피해자 측은 업자가 실제보다 높은 소득증빙을 만든다는 점과 대출중개업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까지 말해 주었는데도, B씨가 업체 확인 전화나 사업자 조회, 사무실 방문 같은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이 계좌 양도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사기 범행으로는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A씨는 권앤파트너스를 포함한 대리인단을 통해 B씨에게 피해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는 “작업대출을 받으려고 통장을 넘겼을 뿐”,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내 계좌라서 송금한 게 아니니 책임이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이에 따라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① 통장을 넘긴 행위 자체가 위법한가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비밀번호 같은 접근매체를 남에게 넘기거나 빌려주는 것을 금지합니다. 대법원은 대출을 받을 기회를 얻는 것도 접근매체 대여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도16946 판결). 그래서 “돈을 받지 않았다”는 말만으로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②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았어도 배상해야 하는가
형사처벌과 민사책임은 기준이 다릅니다. 민사에서는 범죄를 쉽게 하도록 도운 ‘방조’도 공동불법행위가 되고, 대법원은 부주의로 도운 경우(과실에 의한 방조)도 책임이 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34985 판결). 피해자 측은 “명의인이 사기를 쳤다”가 아니라 “통장을 넘겨 사기를 쉽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③ 사기에 쓰일 줄 예상할 수 있었는가, 인과관계가 있는가
대출이 어려운 사람이 신원도 모르는 업자에게 접근매체를 모두 넘기면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은 보통 사람이면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 통장 제공이 빠졌다면 범행이 완성되기 어려웠으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준비서면에서 ‘잡히지 않는 사기범 대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향해 네 가지로 대응했습니다.
하나, 책임의 근거를 바로 세웠습니다. B씨가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통장을 넘겨 사기를 쉽게 만든 것, 즉 ‘과실에 의한 방조’도 민사에서는 공동불법행위가 된다는 대법원 법리로 청구를 짰습니다.
둘, ‘작업대출일 뿐’이라는 항변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B씨가 약식명령을 스스로 인정한 점, 업자가 허위 소득자료와 미등록 사실을 미리 알렸는데도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은 점, 금융감독원이 작업대출 소비자경보를 내릴 만큼 위험이 널리 알려진 점을 들었습니다.
셋, 은행의 경고를 증거로 썼습니다. 은행은 계좌를 만들 때 통장을 남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고, 넘기면 형사처벌과 민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알립니다. 이런 안내를 받고도 넘겼다면 범죄에 쓰일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정리했습니다.
넷, 인과관계 항변도 짚었습니다. 사기범의 속임수, 피해자의 착오, 대포통장의 존재와 이용, 송금이 함께 겹쳐 생긴 피해입니다. “명의인이라서”가 아니라 “명의인이 신분증·계좌·접근매체를 넘겨 범행에 쓰이게 했기 때문”에 책임진다는 구도로 대응했습니다.
| ✔ 법원은 같은 유형 사건에서 통장을 넘긴 명의인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왔습니다. 이 사건의 판결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1대법원 — 과실에 의한 방조도 공동불법행위입니다
공동불법행위는 서로 짜지 않아도, 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면 성립합니다. 불법행위를 쉽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가 방조에 해당하고(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31264 판결 등), 민사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합니다.
2하급심 — 통장을 넘긴 사람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왔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에 쓰인 통장을 넘긴 사람에 대해, 통장이 여러 사람을 속여 돈을 받는 데 쓰일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적극 가담하지 않았어도 범행을 쉽게 한 이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1. 3. 28. 선고 2010가단50237 판결).
3작업대출 명목으로 넘긴 경우에도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명의인들이 손해배상책임 안내를 받고도 불법적인 대출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고, 그 접근매체가 없었다면 조직이 범행에 꼭 필요한 대포통장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5. 4. 3. 선고 2024가단38215 판결). 형사에서도 대출 기회를 얻으려고 계좌번호·비밀번호·OTP를 넘긴 행위를 접근매체 양도로 본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사기 피해를 입고, 범인을 못 잡는다는 말에 포기하셨나요?
사기범을 잡지 못해도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먼저 송금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피해구제 신청과 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하세요. 그다음 계좌 명의인의 인적사항과 형사처분 결과를 확보하면 민사소송으로 피해금 회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통장을 넘기는 쪽은 형사처벌뿐 아니라 피해금 배상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합니다.
권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사기·추심 사건에서 고소, 가압류, 명의인 상대 손해배상, 집행까지 하나의 회수 전략으로 설계합니다. 송금 사기로 피해를 입으셨다면 먼저 상담을 요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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